"오늘 중으로 입금 안 하면 내일 직장으로 찾아가겠습니다."
이런 문자를 받으면 대부분 겁부터 납니다. 그런데 이 한 줄에는 법이 금지한 행위가 이미 들어 있습니다. 채무가 실제로 있든 없든 상관없이요.
빚을 갚아야 하는 것과, 어떤 방식으로 요구받아도 되는지는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
법이 금지한 추심 행위들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줄여서 채권추심법이 여러 행위를 막아두고 있습니다.
· 폭행, 협박, 체포, 감금하거나 위계·위력을 쓰는 행위
· 정당한 사유 없이 밤늦은 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방문하거나 전화하는 행위
· 채무자의 가족, 동거인, 직장 동료 같은 관계인에게 채무 사실을 알리는 행위
· 관계인에게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행위
· 채무자를 속이거나 오해하게 만드는 행위
·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 아닌데 진행 중인 것처럼 알리는 행위
· 개인회생이나 파산으로 면책된 채권,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는 행위
폭행이나 협박, 감금 같은 행위는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 벌금입니다. 나머지 금지 행위도 각각 형사처벌이나 과태료 대상이고요.
가족한테 연락하는 건 그 자체가 위반입니다
실제로 가장 견디기 힘든 게 이 부분입니다. 부모님이나 배우자, 회사 사람에게 연락이 가는 것.
법에서 말하는 관계인은 채무자와 함께 살거나 생계를 같이하는 사람, 친족, 같은 곳에서 근무하는 사람을 뜻합니다. 이들에게 빚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도, 대신 갚으라고 요구하는 것도 금지됩니다. 소재 파악 목적으로 딱 필요한 범위를 넘어서면 위반이에요.
2024년부터 연락 횟수에도 상한이 생겼습니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규제가 한 단계 더 촘촘해졌습니다. 이 법은 금지 행위만 나열하던 방식에서 나아가, 채무자가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여러 개 만들어뒀어요.
가장 눈에 띄는 건 횟수 제한입니다. 채권추심자는 각 채권별로 7일에 7회를 넘겨 추심 연락을 할 수 없습니다. 여기서 연락은 전화만이 아니라 방문, 문자, 이메일, 물건을 보내는 것까지 모두 포함됩니다.
그 밖에도 채무자가 직접 요구할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시간대 제한 —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는 시간대를 정해 1주일에 28시간 범위에서 연락하지 말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수단 제한 — 특정 주소 방문, 특정 번호로의 전화나 문자 같은 연락 수단을 몇 가지 지정해 제외해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추심 유예 — 재난지원 대상이 되었거나, 본인이나 가족이 수술·입원을 했거나, 장례를 치른 경우에는 3개월 범위에서 추심을 미뤄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미 소멸된 빚을 갚으라고 한다면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을 추심하는 것도 금지 행위입니다. 그런데 여기 함정이 하나 있어요.
시효가 지난 빚이라도 채무자가 일부를 갚거나 갚겠다는 뜻을 밝히면 시효 이익을 포기한 것으로 보아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오래된 빚이라며 "1만 원만 넣으면 정리해주겠다"는 식으로 유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말에 응하면 안 됩니다. 먼저 채무확인서를 요구해서 언제 발생한 채권인지부터 확인하세요.
신고는 어디로 하면 되나
폭력이 동반되거나 협박을 받았다면 112로 바로 신고합니다. 이건 망설일 일이 아닙니다.
그 외 부당한 추심은 금융감독원 1332가 창구입니다. 국번 없이 누르면 통합콜센터와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로 연결됩니다. 온라인으로는 금감원 홈페이지에서도 접수할 수 있어요.
대부업체가 관련된 경우라면 등록 여부에 따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도 신고할 수 있습니다. 미등록 업체라면 그 자체가 불법이고요.
그리고 채무자 대리인 제도가 있습니다.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선임하면 추심자는 채무자에게 직접 연락할 수 없고 대리인을 통해야 합니다. 비용이 걱정된다면 대한법률구조공단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제도를 먼저 알아보세요.
신고할 때 필요한 건 결국 기록입니다
통화는 녹음해두세요. 대화 당사자가 직접 녹음하는 건 문제되지 않습니다. 문자와 메신저는 발신 번호와 시각이 보이도록 캡처하고요.
가족이나 직장으로 연락이 갔다면 언제 누구에게 어떤 내용이었는지 받은 사람에게 확인받아 정리해두는 게 좋습니다. 방문했다면 날짜와 시각, 몇 명이 왔는지도 메모해두세요.
연락 횟수 위반을 다투려면 날짜별 기록이 필요하니, 통화 목록과 문자함은 지우지 말고 그대로 두는 편이 낫습니다.
빚이 있다는 사실이 사람의 존엄까지 담보로 잡는 건 아닙니다. 갚아야 할 돈은 갚되, 방식이 선을 넘었다면 그건 별개의 문제로 다뤄야 합니다. 번호 하나만 기억해두면 됩니다. 1332.
본 글은 법률 관련 일반 정보를 정리한 블로그 포스팅으로, 작성자는 법조인이나 노무 자격사가 아닙니다. 게시된 내용은 작성 당시의 법령 및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한 것이므로, 법령 개정이나 판례 변동에 따라 실제 적용 기준과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본인의 사안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필요한 경우에는 반드시 변호사, 노무사 등 자격을 갖춘 전문가의 상담을 받으시기 바랍니다. 본 포스팅의 내용에 따른 결과에 대해 작성자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습니다.
'법률정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무고죄 성립 요건, 무죄가 나왔다고 무고가 되는 건 아닙니다 (0) | 2026.08.03 |
|---|---|
| 청약철회권 7일, "단순 변심 환불 불가"라고 적혀 있어도 됩니다 (0) | 2026.08.02 |
| 의료사고 대응 절차, 진료기록부터 챙겨야 하는 이유 (0) | 2026.08.02 |
| 중고차 분쟁, 인도받고 30일 안이면 계약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1) | 2026.08.01 |
| 증여세 면제 한도, 부모님 두 분께 5천만 원씩 받으면 1억일까요 (0) | 2026.08.01 |
댓글